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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온 뒤 땅이 굳었듯, 닦인 물이 금세 마르듯, 삶이 그랬던 것처럼 모든 것은 다 어느 지점을 지나쳐 서서히 지나갈 거라고. 빠르게 괜찮아졌던 일들도 느리게 아물었던 상처도 언젠간 잊혀지듯이 우리에게 온 이름 모를 슬픔들 역시 어딘가로 흩어질 거라고. 흩어져 흘러갈 거라고, 결국 모든 것은 아무것도 아닐 거라고. 그러니 괜찮았던 마음, 아프지 않았던 마음, 평범이었던 마음들을 충분히 모아두었다 어느 날의 당신에게 써줘요. 언제 우리가 다시 또 살아가고 싶어질지 모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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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이 저물고 가을이 시작되려는, 그 사이의 구월. 여름과 가을의 중간 지점 어느 틈에 끼어있는 구월. 애매한 구월에 애매한 내가 있는 구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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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보고 싶었다. 낡고 깨진 공중전화부스가 아니라, 닳고 더러운 보도블록 틈새에 핀 잡초가 아니라, 부옇고 붉은 밤하늘이나 머나먼 곳의 십자가가 아니라, 너를 바라보다 죽고 싶었다. 너는 알까? 내가 말하지 않았으니 모를까? 네가 모른다면 나는 너무 서럽다. 죽음보다 서럽다. 너를 보지 못하고 너를 생각하다 나는 죽었다. 너는 좀 더 일찍 왔어야 했다. 내가 본 마지막 세상은 너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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