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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tagram내년으로 왔어. 2024년으로, 새로운 해로. 떡국을 먹지 않았으니, 여전히 스물일까하는 말도 안되는 생각을 하면서. 카운트를 세고 박수를 쳤어. 1 스무살의 신하은과 스물 하나의 신하은은 아주 분명하게 다르면서도, 또 아주 명확하게 같아. 일 년 사이에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일들도 사랑하는 것들도 그것들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졌어. 나의 1월 1일에는 항상 술이겠다 생각했는데 나는 1월 1일을 신 앞에서 맞이했고, 고요한 연말,연초를 보내고 있어. * 사람과 삶과 세상은 내 생각처럼 흘러가지 않는 것 같아. 상상하지도 못했던 삶을 살아가기도 하고 상상하지도 못했던 세상을 직면하기도 하고 상상하지도 못했던 사람을 만나기도 해. 그러면서 상상하지도 못한 사랑을 주기도 받기도 해. 그런 예측 못함이 좋았어. 내가 정해둔 행복이나 삶이 아닌 예고도 징조도 없이 불현듯 찾아오는 행복이 좋았어. 예측도 하지 못한 삶을 살아가게 되는 내가 좋았어. 31일에 올라오던 해와 1일에 올라온 해는 크게 다르지 않은데도 우리는 나이를 먹어. 하루밤 사이에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 하고, 다른 공간에서의 같으면서 다른 삶을 살아가게 돼. 그게 되게 두려우면서, 또 되게 마음이 설레. 그 안에 흔들림은 있을지언정 나는 또 새해를 맞이할테니까. 그러다 보면 어느순간 주름이 지고, 곁에 있는 사람들도 달라지고, 오래봐온 사람들이 생기고, 상상치도 못한 일들이, 행복이 찾아올거라 믿어. 2 여름에 만난 아이들한테 새해 인사를 받았어. 잊지 않고 새해 인사를 보내주는 아이들에게 정말 큰 감동을 받아. (세준아 새해 기념 큰절 잘 받았어..ㅋㅋㅋ) 예쁜 아이들도, 작은 고양이들도, 고요하고 잔잔한 새해도, 서로를 묻는 카드도, 옆에 있는 사람들도 작년 1월 1일에는 상상할 수도 없던 행복인데- 그게 너무 따뜻하고 신기해서 웃음이 났어. 기대가 됐어. 새로운 해에 있을 예측 못할 일들이, 예측 못한 행복이나 만남이. 내게 주어질 일과, 내가 해낼 일들이. 스물 하나의 내가, 스물 둘의 내가, 서른의 내가, 마흔의 내가, 잔뜩 주름이 져 있을 내가. 기대가 됐어. 어떤 형태에 어떤 모양의 어떤 사람들과 어떤 일들하며 또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을지. 그래서 나는 내 삶을 함부로 예상하지 않기로 했어. 어떤 불행도, 어떤 행복도, 어떤 만남도. 3 열 아홉의 내게 기우가 해줬던 말이 생각났어. '하은아, 날카롭게 등지지 않고 물흐르듯 행복이 오길 기다리자. 그렇게 물흐르듯 살아보자, 우리.' 열 아홉의 나는 이해하지 못했던 기우의 조언을 이해하게 되고, 나는 2년이나 늦게 감동을 받았어. * 유영에게도 메일을 썼어. 유영과 같은 해에 태어난 것이 기뻐. 고작 이틀의 시간의 텀을 두고. 같은 해, 같은 달, 같은 계절에.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을 공유하며 같은 순간에 같이 행복해할 유영이 있어서. 그렇게 서로의 봄을 축하하고 겨울을 위로할 유영이 있어서. * 새해의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을 함께할 연우도, 원숭이도. 나는 지금까지 원숭이가 되게 각진 사람인 줄 알았는데, 정말 건물로 된 T모양 인간인 줄 알았는데- 새해에 나눈 통화로 원숭이에 대한 다른 마음을 가졌어. 4년이나 지난 일을 듣고 위로도 하고, 본인으로 인해 내가 받았던 감동에 역으로 감동도 하고. 괜히 부끄러워져서 틱틱거렸지만 소중한 사람이라는 사실 만큼은 거짓 없이 적어둬. 4 모두의 새해가 다정했으면 좋겠어. 나의 24년도 예쁜 어린 아이들의 24년도 나의 어른들의 24년도 같은 나이를 공유하는 너희의 24년도 모두. 우리의 새해가 찾아왔어.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아🌿
Instagram20년 전에도 눈이 왔을까. 손이 시리고 코 끝이 붉어졌을까. 희와 선과 진은 나보다 일찍 태어났으니 그 때쯤 눈이 보였을까. 금반지를 쥐고 있었으려나. 유영이는 아직 물 속에 있었을텐데, 나도 유영이도 뭐가 그렇게 급했을까. 1 난 어제 성인이 되었어. 원래도 성인이었지만, 보다 완전한 성인이. 12, 21. 종이로 찍어낸 듯한 날짜라, 신의 탄생의 4일 전이라, 이상하게 눈이 펑펑 내리는 날이라- 조금만 더 늦게 태어나 봄날을 가질 걸 아쉬웠는데, 몇 주의 시간을 참지 못하고 일찍 태어나버린 나에게 감사했어. 조금만 늦었어도 만나지 못했을 인연들이 있어서. 어쩐지 매해 태어난 날마다 눈이 펑펑 오는 것 같아서 그게 너무 싫었는데, 연우의 말을 듣고 마음이 좋아졌어. "정말 큰 축복이다." 내가 만난 모든 인연들도, 펑펑 내리는 눈도- 모두 모두 내겐 정말 큰 축복이야. 2 오래 기억할 것 같아. 올해 생일은 정말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아. 멋진 케이크를 받았어. 클로버를 좋아하는 유영의 조각에는 클로버가 신을 따르는 나의 조각에는 십자가가. 내가 뭘 좋아하는지 의논하다 십자가를 생각해낸 너희를 생각하다, 괜히 웃음이 났어. 새삼 내가 너희 앞에서 신을 자주 찾았구나. * 눈이 정말 많이 내렸는데, 그마저도 좋았어. 불꽃을 두개씩 들고 마구 마구 흔드는 우리도, 멀리서부터 꽃을 들고 오는 마음도, 어떤 꽃을 좋아하는지 알아내려 애쓴 마음도, 지독히 눈치없이 카네이션을 추천해준 나도, 검정색의 카페와, 다섯 손가락을 펼쳐 놀던 우리, 살갗이 아프게 아리던 날씨도, 내리던 눈도- 이렇게 우리가 읽어야만 알아차릴 수 있는 문장들을 나는 아주 오래 간직할거야. 3 스무살이 끝나가. 나는 크게 이룬 것이 없다 생각했는데, 다정한 인연들을 곁에 두었으니 그것으로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어. 향이 나는 것들을 좋아하는 나를 기억하고 향수를 보내준 사람들이 있어. 꽃과 풀이 좋은 나를 기억하고 꽃과 풀을 보내준 사람들이 있어. 커피 없이는 살지 못하는 나를 기억하고 1리터 아메리카노를 잔뜩 보내준 사람도 있어. 나에게 끊임없이 태어나줘서 고맙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고, 내가 하는 모든 일들을 그저 지지해주는 사람도 있고- 아무것도 묻지 않고 아무말도 얹지 않고 묵묵히 몇년을 같이온 사람들도 있어. 나도 모르는 내 마음을 읽어내고 풀을 보러 데려가는 사람들도 있어. 쌤, 하고 축하를 보내준 아이들도 있어. 그것으로 나의 스물은 충분했고, 그것으로 나의 스물을 다정했고, 그것으로 나의 스물은 따뜻했어. 모든 소중한 마음에 감사하며 글문을 닫을게.
Instagram종강을 했고, 1년이 끝나가. 겨울이 왔고, 나는 이쯔음 태어나. 1 완전한 겨울이 왔어. 눈이 내리고, 길가에 작은 눈사람이 세워지고, 사람들은 두터워지고, 각자의 연말을 연초를 준비하는. 그런 계절, 끝이기도 하고 시작이기도 한 그런 계절. * 두 개의 학기를 보내면서 나는 항상 다른 마음이 됐어. 글을 적고 싶기도 했고 글 따위는 그냥 내다버리고 싶기도 했고, 신을 믿기도 했고 원망도 했고, 봉사를 하며 살고싶기도 했고, 나만을 위해 살고싶기도 했어. 스무살이라는 나이는 그런 나이였어. 명확하고 온전하게 정의내릴 수도 없고, 몸짓과 말, 생각 감정 모든 게 작위적인 나이. 아이도 어른도 아닌 그런 불분명하고 불완전한 나이. 그런 나이였어. * 그런 계절, 그리고 그런 나이가 끝난 게 아니라서. 나는 몇 번의 서툰 겨울을 서툰 나이로 보내야할 것 같아서, 막연하게 서른이 되고 싶었어. 어른들이 말하는 좋은 때가, 내겐 서른 같아서. 그 쯔음의 나는 조금은 완전해지고 조금은 안정될 것 같아서. 나는 막연하게 서른을 기다리는 사람이 되었어. 2 유영이와는 종강을 하고도 내내를 같이 있었어. 매일을 전화를 하고, 서로의 메일을 주고 받았으니- 우리는 그렇게 내내를 같이 있었어. 만약에 ~ 한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유영이와 가장 자주 나누는 말이야. 만약 지구에서 우리의 존재가 당장 내일 사라진다면 만약 지구에서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존재들이 사라진다면 그래서 우리의 마음과 영혼에 큰 균열이 생긴다면 만약 우리에게 10억이 생긴다면 그런 막연한 대화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 유영아, 나는 말이야. 당장 내일 지구가 망한다면 백화점에 갈거야. 그리고 백화점에서 가장 비싼 향수를 살거야. 향은 기억이 되니까. 내 마지막 향이 아주 비싸게, 나에 대한 마지막 기억이 아주 비싼 향이게. 지구가 멸망하면 모두가 사라지니까. 모두에게 나의 마지막이 어떤 문장도 아닌 향이되도록. 3 나는 되게 재미없이 살아. 봉사를 다니고 교회를 가고 학교를 가고 그것으로 반년이 끝났어. 매일이 소란없는 시간이길 바라서. 취업도 가장 익숙한 시골에서 하고 싶어하고 차, 집, 옷 어느것에도 욕심이 없어. 적당히 연비 괜찮은 차, 적당히 안락한 집, 적당한 검정옷. 사랑에 대한 욕심도 없고, 돈에 대한 욕심도 없이- 그냥 적당히 먹고살 수 있는 그런 가장 적당한 삶. 당장의 1년에도 나는 아주 지루해졌는데 졸업을 하고나면 나는 아주 본격적으로 지루한 사람일거야. 은표는 내가 조금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경험을 하고 많은 것들을 도전해보길 응원해주는데 나는 겁이 너무 많아서, 자꾸만 안정적이고 익숙한 것들을 찾으려고만 해. 4 막 대학에 들어갈 때, 기우가 내게 해준 말이 기억나. "좋은 여행이 되길." 나의 1년은 기우말처럼 여행이었을까, 그저 직면이었을까, 사각형의 틀이었을까. 5 오른손 네번째 손가락에 타투를 할거야. 사랑을 하지 않을 거 같아서. 나의 울타리가 견고하지 않을 것 같아서. 나의 아이는 안전하지 못할 것 같아서. 내겐 줄 수 있는 사랑이 별로 없어서. 지금의 선택이 번복되지 않게끔. 사랑에 대해 생각할 수도 없게끔. 6 글이 길어졌어. 1년이 여기에 몽땅 들어갔으면 했는데- 나의 1년이 어느때보다 길었어서, 가장 사랑하는 것들만 적었어.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겨울을 보내다 다시 만나. "좋은 여행이 되길." 매일이 여행같은 겨울이 되길. 매일이 흰눈 같은 겨울이 되길.
Instagram화순을 다녀온지 정말 한참이 되었는데, 너무 나태한 사람이라- 이제서야 적어. * 이번 물안개 원정을 통해 느낀 건, 미련한 여행은 계획된 여행보다 오래 남는다는 것. 나의 즉흥은 추억이 되었고, 그 날의 추위는 웃음이 되었어. 물안개를 보려면 이것 저것을 계산해야 했어. 그 날의 온도, 새벽과 밤의 일교차, 해가 뜨는 시간과 바람의 세기, 다음날의 구름의 양과 맑음의 정도. 정말 많이 찾아보고 가장 적절한 날에 갔다고 생각했는데, 날이 맑지 않는 때에 가서 물안개가 짙지 않았어. 그렇지만 맑은 날의 세량제는 많은 사람이 봤어도 흐린 날의 세량제는 몇 본 사람이 없을테니까, 나는 더욱이 의미있는 때에 다녀왔어. * 시험기간이 시작됐고, 나는 지금까지 아주 적극적이고 철저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그래서 왠지 이번 시험에는 지치지 않을 것 같다는 확신이 생겼어. 내 긴 쉼만큼 좋은 결과가 나오리라고 믿어. 앞에 시험이 끝나고 나는 물안개를 보고, 풀을 좀 보고, 책을 한 권 읽고, 글을 한 편 쓰고, 아이들을 만나고, 봉사를 몇 번 다녀온 것 밖에 한 것이 없지만 가장 완전한 쉼이었어. * 전남의 모든 땅을 밟겠다는, 모든 지역의 풀을 보겠다는 맥락없고 즉흥적인 계획은 생각보다 나한테 짙게 남았어. 나는 물안개가 이쁘게 피는 가장 적절한 때를 알았고, 책 한 권을 읽는데에 전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해졌다는 것을 알았고, 내 글이 절망이 아닌 희망을 쫒게 되었다는 것과 다정한 마음들을 갖는 법들을 알았어. 그 뿐으로 나의 스물은 충분했어. 나는 스물에 어린 아이들을 만났고, 전남의 많은 지역의 풀과 물을 봤고, 트럭을 몰 수 있게 되었고, 작년보다 더 굳건하고 다정한 사람이 되었으니- 그것으로 나의 스물을 대견하고 충분했어. 그것으로 우리의 오늘은 빛나고 충분했어.
Instagram_yourbreeze #고요 택배가 오기 한참 전부터 내내를 기다렸어. 너무 애정하는 향가게에서 보내주는 겨울의 선물을, 겨울의 향기를. [1] 향기오브제 근사한 무늬가 그려져 있었어. 옷장에 두어 나의 옷들에게 근사한 향을 입힐까, 잠시 고민했지만 두고 두고 보고 싶어서 책상에 두었어. 어느 곳에 향기를 입힐까 한참을 고민하느라 손에 쥐고 있었는데 손에서 예쁜 겨울의 향이 났어. [2] 스르르 캔들 잠에 들기가 참 어려운 사람이라 페퍼민트도 대량으로 사보고 아로마도 뿌려봤는데, 잘 되질 않아서 나는 밤의 아이구나, 하고 애써 생각했는데 캔들을 켜두고 알았어. 나는 무언가를 망각해낼, 옅고도 깊은 향을 필요로 했구나. 은은한 꽃향과 불의 향이 섞여 났는데, 너무 좋았어. [3] 틴케이스 캔들 겨울숨. 어떤 친구가 계절마다 다른 향이 난다는 이야기를 해줬었어. 여름에는 습하고 따뜻한 향이, 겨울에는 마른 나무위에 내린 눈의 향이. 듣고도 나는 이해하지 못했었는데 겨울의 향이구나, 알았어. 나는 겨울의 숨을 선물 받았어. 나는 겨울의 향을 선물 받았어. [4] 드레스퍼퓸 나는 이게 가장 좋았어. 너무 좋아서 새로운 향을 시켰어. 기억에 남는 향. 지나가 맡은 후 기억 속 어떤 장면에 은은하게 각인되어 있는 향. 그런 향이었어. 미워할 수 없는 향. 어느해였던가 되게 미워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의 향이 좋았었어. 잔뜩 가시섞인 말들이 오고가면서도 나는 그 사람을 끝끝내 미워하지 못했어. 미워하기 어려운 향이 나서, 향 만큼은 누구보다 정직해서. 손목에 향을 입히자마자 그런 생각이 들었어. 나는 미움받아도 내 향은 미움받지 않겠구나, 그런 안도가 들었어. [5] 연필과 종이와 시향지 향의 이름이 적힌 예쁜 나무 연필이 들어있었어. 나는 나무가 가진 힘을 좋아해서, 적힌 이름의 향을 기억하며- 그런 글을 쓰기로 했어. 유어브리즈에서 시향지를 받은 적이 있는데, 시향지는 나의 기억이 되었어. 책을 읽은 후 그 책에 어울리는 향을 찾아 책의 중간에 끼워두면서, 나는 그 향으로 책을 기억해. 이 책은 이런 느낌의 향을 가지고 있었구나, 하고. * 근사한 향가게야. 아주 오래, 세상의 향을 만들어주었으면 좋겠어. 💭 #광고 #유어브리즈 #yourbreeze #고요캔들오브제세트 #십이월키스 #캔들선물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선물 #크리스마스선물추천 #크리스마스준비 #크리스마스인테리어 #크리스마스이브 #크리스마스에디션 #연말선물
Instagram이번 주말을 간직할게💭 1 일이 연달아 네개가 있는 날에는 신안을 갔어. 11,11 가장 정직한 날짜에 다정하고 선한 사람들과. 물보단 질퍽이는 땅이 더 많던 바다와, 한옥카페와, 당근 스무디를 도전하던 용감한 사람과, 차에서 내려 즉흥적으로 찍은 그 날의 바람을 유추할 수 있는 머리가 흩날리는 사진. 나는 그것들을 간직할래. 그 바다를, 그 웃음들을 간직할래.🌿 * 전남의 모든 땅을 밟고 싶다는 터무니없는 계획을 세웠어. 나아가 전국을 나아가 세상의 모든 땅을 밟고 싶다는, 모든 풀을 나무를 바다를 보고 싶다는 그런 나만의 계획. 그 계획이 좋아. 혼자 여행 계획을 세우는 시간이 좋아. 거기서 파생되는 설렘과 기대가 좋아. 2 오늘은 아이들을 만났어. 날이 추워져서 장소가 세번이나 바뀌었어. 귀여운 도시락들을 봤어. 화장을 해주겠다며 네 눈을 검게 만들어놨는데, 그게 너무 귀여웠어. 너희의 퉁명스러운 농담들에, 바람만 불어도 웃을 수 있는 선함에 나는 많이 배우고, 자라나. 지우, 윤경, 은비, 유리야. 오늘 오지 못한 지은이와 다빈아. 눈이 오면 만나기로 했던 세진, 유찬, 진우, 시우야. 너희들이 세상에 예쁜 부분만 보며 자라나길, 건강하고 멋진 스물로 자라나길- 나는 자주 기도해.💭 3 요즘은 아주 정직하고 온전하게 여유로워, 완전하게 편안해. 삶을 너무 조급하게 지내지 않아도 될 것 같아서, 내 삶의 우선적인 목표를 세웠어. '나'라는 존재에 대해 뚜렷하게 직면하고, 낱낱히 파헤치는 것. 명확하게 구별되는 내가 가진 것들, 그런 마음들, 나만 해내는 생각들, 나의 단어들과 나의 몸짓들. 그것들을 하나 하나 알아내는 것. 이게 내가 지금 가진 나의 스물의 궁극적인 목표이자, 나의 걸음이야. * 나는 내가 선한지 악한지 이기적인지 이타적인지 수동적인지 능동적인지 나태한지 부지런한지 감정적인지 이성적인지 그 어떤 것도 단정짓지 못하겠어서 극단의 나를 찾아내려고 애썼는데, 긴 생각의 결론은- 생각보다 맥없이 났어. 나는 적당히 선하고 또 적당히 악하고, 적당히 이기적이고 적당히 이타적이고, 또 적당히 나태하면서 때때로 부지런하고, 어떤 일엔 과하게 감정을 쏟고 어떤 일엔 또 무섭게 냉철한 인간이 돼. 나는 그렇게 적당한 경계에서, 적당한 감정으로, 적당히 살아내고 싶어. 적당히 선한 사람으로. 근래의 쉼이 아니었다면 몰랐을 것 같아. 내내가 어려웠을 거 같아. 나는 내가 지독히고 이기적이고 지독히 개인적이고 지배적인 사람인 것 같아서, 완벽하게 못되고 차디찬 사람인 줄 알았는데- 조금 다른 시선으로 나를 바라볼 수 있었어. 나는 생각보다 적당히 괜찮은 사람이야. 나의 스물은 이것대로 적당히 괜찮아. 자주 넘어지는데 크게 다치지 않고, 그렇게 적당한 운을 가졌어. 그것으로 감사하는 겨울이야. 당분간은 아주 완전하게 쉴거야.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고, 내 마음이 다정해지는 일들을 하고, 전남의 모든 지역을 다니면서. 나의 겨울이자, 나의 숨이야.
Instagram양갱을 먹으러 갔어. 마중이라는 카페에 양갱을 먹으러 갔다는 말을 승희가 양갱을 마중갔냐는 말로 해석해서 문자를 보며 웃었어. 1 오늘이 좋았어. 혼자 예쁘게 단장을 하고 아무런 목적없이 무작정 버스에 오른 오늘이 좋았어. 한옥카페가 예뻤고, 배맛이 나는 양갱이 맛있었어. 바람이 불때마다 나무가 흔들렸는데, 풀이 흔들렸는데, 내 머리카락이 흔들렸는데- 나는 그게 좋았어. 정처없이 걸었어. 가죽자켓을 입고 한옥을, 단정하고 정직한 곳을 그렇게 날카롭게 입고 걸었어. 가죽자켓이 단아해졌어, 아주 정직하고 단정해졌어. 2 시험이 끝났어. 이 말을 적을 수 있을 때를 나는 너무 기다렸는데, 막상 끝나니까 몸에 힘이 빠져서. 무엇을 해야할지 잘 모르겠어서, 크게 무엇을 하고싶지도 않아서. 무엇을 하기엔 이미 몸과 마음이 너무 상해버려서. 나는 무작정 한옥을 보러갔어. 양갱을 먹으러갔어. 그 누구도 없이, 온전히 나만 데리고 나만을 챙겨서. * 사람의 마음을 배우는 과를 들어와서 가장 어려웠던 건, 나에 대한 부분이었어. 상담을 배우는 사람의 가장 첫 내담자는 다름아닌 본인이어서. 나를 수도없이 직면하고 분석하고 생각해내야만 해서. 그게 참 싫었어. 특히나 시험기간만 되면 나는 내가 참 미워져. 내 걸음을 부정하고 싶어지고, 내가 어떤 사람인가를 생각하게 돼. 나는 그럴때마다 다시 태어나 다시 처음부터 걸음을 걷고 싶어져. '나는 어떤 상담자가 될 것인가.' 를 생각하기에 앞서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생각해내야 해서, 그렇게 내가 가진 문제, 걸음, 나와 나의 세상을 치밀하고 적나라하게 직면해야 해서. 공부를 하면 할수록 내게 잔인한 일을 하는 것 같았어. 내게 아주 못된 사람이 된 것 같았어. 3 스물이 어려워. 이 말을 글에 아주 많이 적었는데, 정말 너무 어려워. 완벽한 아이도, 완벽한 어른도 아니어서. 아주 완전한 마음도, 아주 완전하지 못한 마음도 아니어서. 그래서. 내가 해야하는 제스처를 잘 모르겠어.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지, 지금의 내가 마냥 철이 없어도 되는지, 지금의 내가 마냥 현실만을 바라봐야 하는지, 그건 너무 잔인하지는 않는지. 그런 것들을 생각하다보니 나는 빠르게 소진됐어. 마음이 닳아갔어. 내가 쉬는 어떤 숨도 내것이 아닌 것 같고, 내가 하는 모든 일들이 내것이 아닌 것 같고, 아무튼 혼란스러워서. 내게 완전한 쉼을 주고 싶었어. 아주 완벽하게 편한 시간을 주고 싶었어. 그리고 오늘은 정말 완벽하게 마음이 편했어. 완전하게 숨을 쉬었어. 나의 스물만이 어렵지는 않을거야. 열도 스물도 서른도 마흔도, 모두가 어려울거야. 세상이란 그런거니까. 나는 그저 기도할게. 모두의 지금의 순탄히 지나가기를. 내가 서른까지 그리고 마흔까지, 그러다 백개의 초를 불 수 있는 때까지, 아주 오래 숨쉬기를 기도할거야. 우리가 아주 오래 숨쉬기를 기도할거야. 우리의 숨이 점차 편해지고 맑아지기를 기도할거야. 그게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자, 나만의 사랑이야.
Instagram계절이 가져오는 생장의 힘을 믿어. 그 푸른 존재들을, 반문할 여지 없는 맑음을 믿어. * 대학에서 숲을 데려가줬어. 그물 그네도 타고, 풀도 찍었어. 갈대도 보고 나무도 보고 자라는 잎들과 밟힌 잎들, 나무로 만들어진 조형물도 봤어. 그런 것들을 보는 일이 좋아. 어떤 의심도 반문도 하지 않은 채로, 그저 생장하는 잎과 나무들을 보는 일. 나는 그런 것들이 힘이 돼. * 시험을 앞두고 있고, 새 책을 적고 있어. 여전히 나는 상담을 배우고, 앞으로도 배울거야. 사람을 적기 앞서 사람을 알아야해서, 나를 적기 앞서 나를 알아가야해서. 나의 선택을 후회하지는 않아. 하지만 반문했어. 내가 사랑하는 일들에 대해, 나의 호흡과 감정에 대해, 내가 상상하고 기도하는 나의 앞으로에 대해. 내 손에는 항상 펜이 있었어. 종이와 펜과 사람과 사랑이 있었어. 풀과 나무와 커피가 있었어. 새로운 책을 준비해. 나의 단어를 엮고, 나를 마주해. 그렇게 숨을 쉬어. 그것으로 나야. 그것으로 행복이야. 나는 욕심이 많아. 마음도 안고 싶고, 세상도 적고 싶어. 풀이 가득한 곳에 오두막 하나를 지어서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살고 싶을 때가 분명있어. 내 손에 만년필을 쥐고 싶을 때가, 나의 첫 성공과 도약이 펜으로 이뤄진 것이면 할 때가, 그렇게 받는 수선화 꽃다발을 생각할 때가 분명있어. 그럼에도 잊고 있던 것. 내가 글을 적을 수 있게끔 해준 사람들이 있다는 것, 나는 갚아나갈 일들이 있다는 것, 그래서 온 길이라는 것. 그럼에도 놓지 않아야 할 것. 나의 단어, 글, 내가 만드는 세상, 펜, 나의 숨, 나, 숲, 나무, 풀. 그런 것들. 나는 죽기 직전까지 글을 쓸거야. 그게 내가 쉬는 숨이자, 나의 가장 완전한 상태의 행복이자, 그것으로 나니까. '숨' 새 책의 제목이야. 나의 도약이야. 나의 시작이야. 나의 단어이자, 나의 세상이야.
Instagram불어나는 눈덩이 세잎클로버 다발 물고기 모양 종 그런 것들이 함께한 오늘. 1 <불어나는 눈덩이> 나는 마음을 너무 함부로 굴려. 그러니까 나의 마음을. 마구 소진될때까지, 그렇게 아주 닳아 없어질때까지. 나는 그걸 최근에 알았어. 유영이가, 연우가 알려줘서 알았어. 기우가 말해줘서 알았어. 나는 나를 인정할 수 없더라, 이해할 수 없더라. 그러니까 지나간 나를, 어린 나를. 안아줄 수가 없더라. 어린 아이들을 만나는 길을 걸으면서도 이아이 저아이 만나보고 들어보고 안아보면서도- 나는 끝까지 꿋꿋하게 어린 나를 안을 수가 없더라. 내 이마에는 죽어도 키스를 못해주겠더라. 나는 나에게, 나는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 아니었어서, 다정하고 따뜻한 사람이 아니었어서, 그걸 인정해야하는 나이가 되어버려서. 밤새 내내를 생각했어. 지금은 되돌릴 수 없는 시간들에 대해, 평생을 살아도 가질 수 없는 맑은 학창에 대해. 상담의 길을 걸으면서도 내가 사람에게 가지고 있는 은연중의 기피와 습관들. 그렇게 평생을 살아도 안고갈 것들, 되돌릴 수 없는 것들. 나는 그런 것들에 대해 생각했어. 2 <세잎클로버 다발> 초록색 옷을 입은 초록색 아이와 초록색이 가득한 곳으로 갔어. 유영아 우리는 왜 초록이 좋을까. 어떤 계절에만 만날 수 있는 그런 초록을, 날이 더워질때까지 그리워야만 하는 그런 계절을 우리는 왜 사랑할까. 나는 왜 그렇게 허황된 것들을 쫒을까. 내게 허황은 초록으로 족한데. 신의 구원이나, 지나간 학창같은 것. 지나간 사랑과 사람들에 대한 것. 나는 자꾸 그런 것들을 쫒아. 몽땅 되돌리거나 멈추고 싶어져. 세잎클로버 다발을 찍었으니 행복이 가득하려나 믿고 싶어져. 그러다 세잎클로버를 원망하는 사람이 돼. 그러다 나를 한껏 미워하는 사람이 돼. 3 <물고기 모양 종> 종소리가 날 때마다 좋았어. 어떤 시작이나 어떤 끝을 알리는 것 같아서. 나는 아마 내내를 모를거야. 내가 하고있는 모든 일들이 나의 견고한 시작일지, 끝이난 것들의 비루한 연장선인지.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무엇이며, 내가 정말 사랑하는 건 무엇이며, 내 신은 나를 사랑하는지. 나는 신을 사랑하는지. 나는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인지, 누군가들은 나를 사랑하는지. 그런 의문을 가득 안고 가을을 맞아. 그런 의문을 가득 안고 스물을 지내.
Instagram1 시작하는 가을에는 그림이 늘었어 많은 염려중에 서있고, 나는 단언해 말할 수 있어. 나는 후회하지 않는다고, 후회하지 않게끔 살 것이라고. 나의 스물은 여전히 너무 어려워. 매주 교회를 가는 일이, 내일부터 2주에 한 번씩 나가는 봉사도 나는 어려워. 대학생에게 주말이란 꽤나 중요한 시간이어서 그 시간에 신을 위해 사는 일이 어려워. 이따금은 그저 쉬거나, 밀린 전공이나 보고 싶어질 때도 분명 있어. 잊혀지기엔 어려운 일들이 있어. 사람마다 안고가는 어떤 과거나 내지는 어떤 일들에 대한 기억과 감정들이 있어. 그것들을 잊는 일도, 잊고 나아가는 일도, 거기서 발생하는 감정을 다루는 일도 나는 너무 어려워. 왜 그런지 나는 자꾸만 내가 뒤쳐진 스물인 것 같아서, 부족한 스물인 것 같아서. 뭐라도 해보려고는 계속 하는데 마음같지가 않아. 신을 매주 만나러 가는데도, 상황이나 내가 크게 바뀌질 않아서, 신이란 존재가 너무 허황되고 멀게 느껴져서, 나는 그래서 조금 더 가까워질 무언가가 필요했어. 사람마다 마음을 다잡는 방법이 달라. 그리고 나는 내게 완전한 변화가 보일 때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사람이라, 늘 새로운 마음을 새겨넣어. 팔목에 있는 꽃은 새로운 시작, 나비는 도약이라는 의미를 안고 있어. Be strong and take heart, all you who hope in the LORD. 그래서 나는 이 글자들을 새김을 후회하지 않아. 나는 아주 강하고, 아주 담대해질거야. 이 글자들이 후회가 되지 않게끔. 나의 가을의 도약을, 내게 주는 가을의 응원과 위로를, 팔의 글자들을 나는 기억하며 살거야. 2 내가 이런 글자 하나로 마음을 다잡을 수 있도록 해주는 풀들이 있어. 나는 내 곁의 사람들을 풀이라 불러. 산이 될 사람들이라. 어느날엔가 높고 큰 산이 될 사람들이라. 내겐 이미 산과 풀과 바다와 같은 사람들이라. 나의 풀들은 산이 될거야. 아주 높고 큰 산이 될거야. 나는 그렇게 기도해. 내 주변 모든 풀들이 산과 같은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그런 도약과 성장을 기도해. 어떤 풀은 최근에 생일이었는데, 정말 마음다해 축하는 적어. 글에서 나만 부르는 이름들이 있어. 그 이름의 본인들이 봐도 본인일지 모를 수도 있어. 기우, 은표, 연우, 현과 같은 이름들. 각각의 의미가 있고, 난 그 이름들을 생각하며 살아내. 가을이 오고 있어. 너희가 물들고 있어. 너희의 물듦을 바라보는 중에 있어. 우리는, 산이 되고 있어. 우리는, 성장하고 있어. 나는, 성장하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