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갑자기 이비가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어제까지 펄펄 날라다니며 제일 건강했던 우리 이비가, 산책하며 무엇을 잘못 먹은건지...마지막 인사 할 시간도 안주고 떠나갔다.
이제껏 강아지가 먹으면 안되는 초콜릿을 내 가방을 열어 먹었을 때도...호두파이를 한판을 몰래 다 먹었을 때도...아랫집 포도 밭에서 포도를 잔뜩 훔쳐먹었을 때 까지도, 위험한 순간들이었지만 우리 이비는 단 한번도 아픈적이 없었다. 그래서 진짜 우리 이비 위장은 최강이야~하면서 놀란 가슴을 쓰러내리곤했다. 이번에도 그럴 줄 알았다. 어제 근무 중에 엄마 연락을 받고 2차 병원을 예약할 때만해도 당연히 그냥 당연하게 주사 한대면 문제 없을 줄 알았다. 내가 너무 안일했다. 늘 괜찮았으니까, 이번에도 당연히 괜찮을거라고 생각하고 더 엄마를 재촉하지 못했다. 동네 병원에서 처치했으니까 괜찮을줄 알았다. 그렇게 허망하게 내 하나뿐인 소중한 동생을 잃었다.
2차 병원으로 옮기던 중, 이비가 숨을 안쉬는 것 같다는 엄마의 다급한 소리침을 듣고, 덜덜 떨리는 손으로 기차표를 예약하고 사무실을 뛰쳐나갔다. 서울역으로 가는 길 엄마 아빠 둘다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리고 서울역에 도착했을 때 아빠에게 전화가 왔다. 옆에서 엄마가 오열하고 있었다.
대전 병원에 도착해서 이비가 담겨있는 상자를 받았다. 우리 이비는 아직 따뜻하게, 눈 뜨고 나를 반겨주고 있었다. 집에 데려와 못다한 마지막 인사를 했다. 죽어서도 들을 수 있다고 하니, 최대한 울음을 참고 사랑한다고, 내 생에 제일 이쁜 강아지를 만나서 행복했다고, 우리 꼭 다시 만날거라고 이비를 안심시켜줬다. 빨리 보내주자던 아빠가 너무 미웠다. 그래도 오빠가 있을 때 다같이 보내줘야 하는거니까... 가장 늦은 시간으로 예약을 하고, 9시가 될 무렵까지 단 한순간도 이비에게 눈을 떼지 않고 계속 마음속으로 대화를 했다. 우리 이비가 점점 차가워지고, 경직되어 갔다. 이상했다 그냥 어느때처럼 내 옆에 누워있는 것 같은데 평소처럼 치대지도, 따뜻하지도 않는게 너무 생소했다.
장례식장에 도착해 마련된 추모실에서 헌화를 하고, 같이 화장해서 보내줄 편지를 쓰고 그리고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이비 발에 붉은 실을 메주었다. 화면에서 나오는 내가 찍어준 환하게 웃은 이비 사진들, 그리고 그 밑에 누워있는 이비가 너무 믿기지가 않는 광경이었다. 그렇게 이비는 화장터로 들어갔다.
이비가 들어가고 나니 미친듯이 울음이 터져나왔다. 이젠 못들으니까 정말 세상 떠나가라 울부짖었다.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 있냐고 원망도 했다. 누나 결혼식도 보여줘야하고, 나중에 누나가 아기 낳으면 같이 지내면서 이쁜 추억들 많이 쌓아야하는데... 아직 누나 신혼집에도 못와봤는데 어떻게 이렇게 가버릴 수 있냐고..
이제 고작 10년을 함께했기에, 함께한 만큼은 더 시간이 있을 줄 알았다. 적어도 7년은 더 남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 잘해주지 못했다. 당연히 다음이 있을거니까, 더 이뻐해주지 못했다. 더 좋은데 많이 데려갈걸, 더 좋은거 많이 사줄껄, 더 많이 놀아줄걸 후회되는 순간 뿐이었다. 너무 건강했기 때문에 이별을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 상상도 못한 갑작스러운 이별이어서 정말 미칠 것 같다. 지금도 아직 믿겨지지가 않는다.
3.07kg .. 그 작디 작았던 이비는 정말 한줌의 재가 되었다. 집 앞마당에 뭍고자 했으나, 날씨가 너무 추웠다. 우리 이비는 추운거 딱 싫어하는데, 맨날 전기장판 제일 따뜻한 곳에 올라가있는 앤데... 핫팩으로 둘러줘야 좋아하는앤데.. 도저히 보낼 수가 없었다. 넌 왜 너가 제일 싫어하는 눈보라치는 추운 겨울에 간거야.. 우린 그나마 날이 풀릴 설에 다시 한번 다같이 모여 이비를 보내주기로했다.
새벽 1시가 되어서야 오빠랑 나 그리고 윤호는 서울 집에 도착했다. 집에 남은 엄마아빠에게 미안하지만, 더 집에 머물 수가 없어 부랴부랴 올라왔다. 거실 창에 남은 이비 발자국, 이비가 좋아하던 자리, 문만열면 뛰쳐나왔던 현관, 이비가 뛰어다니던 마당, 같이 누워서 놀던 장판 등등 어딜 가나 이비라서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집에 와 세수를 하니, 얼마나 울고, 또 얼굴을 비벼댄건지 피부가 다 찢어져서 물만 닿아도 얼굴이 너무 아팠다.
이비야 우린 평생 너만을 사랑하고 보고싶어할거야. 우리에게 넌 가장 소중한 보물이었고, 또 가장 기쁨을 주는 선물같은 가족이었어. 친구들이랑 놀고 있다가, 천국에서 다시 만나자!!!